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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기계

엔트로피는 왜 증가할까. 효율

by 앗가 2021.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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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소개

*이 포스트는 기계과 열역학을 중점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엔트로피가 뭘까? 엔트로피가 왜 증가하는가? 이 질문을 만약 누군가가 한다면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도'이고 당연히 자연은 무질서해지니 엔트로피는 증가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 설명은 또 다른 개념만 낳을 뿐이다. 그러면 무질서도는 무엇일까? 무질서도는 엔트로피, 엔트로피는 무질서도... 와 같은 순환논리에 빠지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무질서도라는 표현이 어느 정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됐다고 하자. 그런데 열역학에서 왜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필요한 것일까?

 

훌륭하신 많은 교수님들이 열역학책을 쓰시지만, 다른 부분이 아무리 좋아도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엔트로피라는 개념은 너무 부자연스럽게 등장한다고 느껴졌다. 이상기체 상태방정식과 1법칙의 연습문제를 풀고, 어떤 책에는 없지만 건도를 이용하여 에너지 변화를 이해하고 나서 뜬금없게 $dq_{rev}$ 이라는 어떤 기호가 등장하면서 엔트로피 단원은 보통 이렇게 시작된다. 마치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책에서는 '원래 알고 있지? 예습해왔잖아~'하고 추가하는 느낌이 든다. 열역학을 처음 배웠을 때도 이러한 점을 분명히 느꼈지만 사실 기계과에서 엔트로피는 그렇게 아주 깊게 다룰 개념도 아니기도 하고 $dq = Tds$라는 식만 외워도 문제 될 것은 없었기에 주의 깊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기계 열역학에서 중요한 것은 2법칙보다 1법칙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트로피는 도전해보고싶은 개념이다. 엔트로피를 무질서도의 정의에서 끝내기는 너무 아쉽지 않은가? 따라서 이 글을 우리가 책에서 1법칙까지 다루고 2법칙을 넘어가기 전에, 즉 클라우지우스의 엔트로피 정의에 도달하기 전에 이 부자연스러움을 어느 정도 해소하기 위해 작성해보려고 한다. 우리는 열역학을 처음 배우던 어느 시점으로 다시 되돌아가서 엔트로피를 이해해보는 것을 목표로 해보자. 그렇기에 다음의 개념을 이해했다는 조건에서 출발한다.

 

- 열역학 1법칙

- 이상기체 상태방정식

- 기본 열역학적 과정(thermodynamic process)

- 사이클

- 상태함수(ex: 내부에너지처럼 경로에 독립적으로 값을 갖는 값)

- Pv선도

-소개 수준으로 어디서 들어본 카르노 사이클 지식(?)

 

위의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정리는 그냥 받아들일 것이다. 

 

- 사이클에서 내부에너지 변화는 0이다. 

- Pv선도의 열역학적 과정과 x축 사이의 넓이는 일을 의미한다. 

- 등온과정은 $Pv = const$이다.

- 단열과정은 $Pv^k = const$이다. 

- 등온과정은 $\Delta Q = \Delta W$이다.

- 단열과정은 $\Delta U = \Delta W$이다.

 

사실 이 대부분은 일반물리에서 열역학을 소개하며 나온 내용들이다. 이런 내용으로부터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도달해 볼 것이다. 출발해보자.


1. 사이클의 효율

효율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효율은 보통 출력/입력으로 정의한다. 열역학도 마찬가지다. 출력/입력과 같은 개념으로 정의되는데 열역학에서의 출력은 "내가 원하는 것"이고 입력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넣어야 하는 것"이다. 

 

사이클의 효율을 다뤄보기 전에 다음 기호를 정의한다.

 

- $W$: 사이클 동안의 일을 나타낸다. 

- $Q_{h}$: 사이클에서 흡수하는 열량, 열펌프에서 내뿜는 열량

- $Q_{l}$: 사이클에서 내뿜는 열량, 열펌프에서 흡수하는 열량

 

따라서 열역학 1법칙에 의해 사이클에서 다음이 성립하는 것은 자명하다 생각할 것이다.

 

$$\tag{1}W = Q_{h} - Q_{l}$$

 

1.1. 사이클의 효율

먼저 사이클의 효율에 대해서 설명해보려고 한다. 사이클의 효율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열역학을 배우면서 처음으로 암기로 때우기 시작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이후의 카르노 사이클을 설명하는데 효율을 뺄 수 없기 때문이다. 효율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 넘어가도 상관없는 부분이다. 

 

대부분 책에서 사이클, 특히 엔진을 구성하는 사이클의 효율 $\eta$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tag{2}\eta = \dfrac{W}{Q_{h}} = \dfrac{Q_{h} - Q_{l}}{Q_{h}} = 1 - \dfrac{Q_{l}}{Q_{h}}$$

 

이때 왜 분자는 $W$이고 분모는 $Q_{h}$일까? 사이클의 효율 $\eta$도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넣어야 하는 것"의 비율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eta$의 정의로부터 $W$는 "내가 원하는 것"이고 "Q_{h}"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넣어야 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엔진은 어떤 기관인가? 열을 발생시키는 어떤 물체를 집어넣고 연소시켜 일을 만드는 장치가 엔진이다. 증기기관차를 생각해보자. 증기기관차를 굴리기 위해 노동자가 석탄을 때서 물을 끓인다. 증기는 피스톤을 움직여 바퀴를 굴린다. 즉, 바퀴를 굴리기 위해, 동력을 만들기 위해 열을 발생시켜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바퀴를 움직이게 하는 능력이고 이를 위해 물을 끓인 것이다. 따라서 분자는 바퀴를 움직이게 하는 능력인 일이 될 것이고 분모는 물을 끓인 단위 시간당 열량이 될 것이다. 그러면 $Q_{l}$은 어떻게 될까? 사이클에서 내뿜는 열은 그저 자연에 버려진다. 

 

1.2. 열펌프의 효율

*여기는 진행에 필요한 내용은 아니다. 효율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예시이다. 

 

한편 열펌프의 종류인 냉장고, 에어컨, 더 넓은 범위로 냉동기를 보자. 냉동기의 효율은 사이클의 효율과는 약간 다르게 적용된다.

 

$$\tag{3} COP_{R} = \dfrac{Q_{l}}{W}$$

 

또 해석해보자. 냉장고 또는 에어컨을 돌릴 때 우리는 무엇을 원해서 기계를 돌리는가? 바로 열을 흡수하기 위해 돌린다. 외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하여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냉장고 또는 에어컨이 하는 역할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공급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전기다. 집에서 220V의 전기를 공급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더 자세하게는 220V 전기를 이용하여 압축기라는 모터를 회전시킨다. 만약 전기가 없다면? 압축기를 동력으로 굴리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Q_{l}$의 열을 흡수하기 위해 $W$의 동력을 넣는다. 결국 분자는 우리가 흡수할 열량인 $Q_{l}$이고 분모는 흡수하기 위해 공급해야 할 전력인 $W$가 되는 것이다. 이때 $Q_{l}$을 만들기 위해 생성되는 $Q_{h}$는 자연에 버려진다. 

 

그런데 반대로 $Q_{h}$를 얻고 싶다고 하자. 즉, 실외기를 집에 설치하고 에어컨을 밖에 설치해서 돌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효율에서 분자는 앞과 다르게

 

$$\tag{4} COP_{H} = \dfrac{Q_{h}}{W} = \dfrac{Q_{h} - Q_{l} + Q_{l}}{W} = 1 + \dfrac{Q_{l}}{W} = 1 + COP_{R}$$

 

가 된다. 

 

1.3. 잠정적 결론

우리는 지금 Pv선도에서 모든 계산을 진행하려 한다. 그러면 되도록 $T$와 같이 Pv선도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양보다 $P$나 $v$와 같은 양을 이용하여 서술하는 것이 더 편할 것이다. Pv선도의 사이클에서 $W$는 계산하기 쉽다. Pv선도의 폐곡선으로 만들어진 면적을 구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Q_{h}$나 $Q_{l}$은 어떤가? 계산이 쉬운가? 그렇지 않다. 만약 임의의 곡선을 주고 $Q_{h}$나 $Q_{l}$과 같은 값을 계산하라고 한다면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이클의 효율을 제일 간단하게 계산하려면 열량의 변화가 아예 없거나 $W$를 이용하여 열량을 계산하는 접근을 해야 한다. 

 

위의 가정을 제일 잘 만족하는 열역학적 과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등온 과정이다. 등온 과정에서는 내부에너지의 변화가 $0$이므로 등온과정에서 한 일은 등온과정에서 받은 열량과 같다. 따라서 Pv선도 내에서 열량을 아주 편하게 계산할 수 있다. 그저 x축과 만나는 면적을 계산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단열 과정이다. 단열 과정에서는 교환한 열량이 $0$이므로 열량을 계산에서 배제할 수 있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의 과정을 조합하면 사이클을 만들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카르노 사이클이다. 즉, 카르노 사이클은 우리가 제일 효율을 계산하기 편한 사이클이라는 것이다. Pv선도만 알고 있는 우리의 지식에서는 일단 그렇다. 

 

다음에는 카르노 사이클의 효율을 직접 계산해보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자.


**3줄 요약**

 

**1. 효율은 (내가 원하는 것)/(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넣어야 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2. 사이클, 냉동기, 열펌프마다 효율의 정의가 약간씩 달라진다.**

 

**3. 효율을 제일 계산하기 쉬운 사이클은 카르노 사이클이다. 계산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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