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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에서 얻은 것 - 기술 외 부분

by 앗가 2022.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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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개월 정도 되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과정이 끝났습니다. 정말 짧은 순간에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이 7개월이 앞으로의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방향성을 많이 바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성장을 했다고 느끼지만, 기술 외적으로 제 자신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느낀 감정적인 부분에서도 성장이 있었습니다. 이번 글은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과정을 진행하면서 느낀 개발 외적인 부분에 관하여 적어보려 합니다.

크게 생각해본 주제를 5가지 뽑으면 다음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 4~6월동안 했던 고민이 많습니다. 7월에 쓰려고 했지만 밀리고 밀려 지금 글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전반기의 생각을 대체로 담았습니다.

  1. 나의 가치는 어디에
  2. 나는 팀 / 팀원 / 프로젝트에 무엇을 줄 수 있고 무엇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일까
  3. 팀이 하나의 인간이라면, 나는 무엇을 담당하는 사람인가
  4. 재미가 없는 상태에 대한 해석
  5. 처음으로 일하고 싶은 조직을 만나면서

1.나의 가치는 어디에

다른 연수생과 함께 멘토링을 진행하는 4~5월 과정에 짧은 시간밖에 공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알아들을 수 있는 멘토링은 그리 많이 있지 않았습니다. 다른 연수생분들이 멘토링 시간에 하는 질문이 어떤 의미인지도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수많은 열정적인 분들이 갖고 계신 열정적인 아이디어와 생각 앞에서 제 자신은 너무 작아 보였고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나 도대체 여기 어떻게 온 거지? 이렇게 당시에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전공도 아닌 데다 클라이언트, 서버 이런 개념도 안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았는데 고개를 높이 들어 하늘을 올려다봐야 남들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더라도 키워드라도 알고 모르는 게 낫지라는 생각으로 인공지능, 클라우드, 도커, 서버, 임베디드, 기획, 블록체인 등 아무튼 온갖 종류의 멘토링을 어떻게든 들어보려고 했습니다. 어쩌면 처음 느낀 감정을 열등감으로 서술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더닝 크루거 그래프의 가장 높은 곳에서 굴러 내려오는 느낌이 얼마나 어렵고 자신에게 비수를 꽂는지를 전기기사 준비할 때 이후 오랜만에 다시 경험했습니다.

그러는 순간에 팀이 만들어졌습니다. 재밌어 보이는 주제는 너무나도 많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수없이 많았습니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고 팀원을 모으는 과정도 여름이 오기 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저도 팀을 구성하게 됐습니다. 소마에서 잘 선택하지 않는 게임이라는 주제에 안 하면 올해를 후회할 거 같다 이 하나의 이유로 달려가서 팀이 되었습니다.

팀이 만들어지고 처음으로 기존에 사용하지 않은 기술을 만나면서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아는 것은 없고, 팀에 기여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의심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고 있는 작업이 올바른 것인지 의심을 너무나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계속 코드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의존하게 되는 악영향이 생겼습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믿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한번 잘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기술을 나열해봤습니다. 저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은 인간이었습니다. 이걸 다 챙기고 할 줄 알았으면 지금 소마에 있는 게 아니라 나사나 구글에나 근무하고 있을 정도로 욕심이 거대했습니다. 이 목록에는 당장 필요하고 어쩌면 평생 볼 일이 없을 것 같은 기술도 적혀있었고 프로젝트에 도입해나가야 할 것도 적혀 있었습니다. 이런 목록 중에서 당장 필요하고 배워야 할 것을 추리고 정말 하고 싶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 나간 것 같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잡은 목표는 팀원의 코드를 이해하기였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저는 팀원의 코드를 문서화하고 읽어보면서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남의 코드를 읽어보고 해석하면서 스스로 무언가 정리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초반에 팀과 주제가 정해지고 가장 기뻤던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이때 제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고 즐거워하는 것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저의 작은 가치를 처음으로 발굴했었고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즐거워하는 것을 파악한 점이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프로젝트에 즐거운 부분이 생겨 몰입이 가능해졌고 그러다 보니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세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부정적으로 들었던 생각을 해석하고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2. 나는 팀 / 팀원 / 프로젝트에 무엇을 줄 수 있고 무엇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일까

소마는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기획과 프로젝트가 갖는 가치도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여러 멘토링 시간에 프로젝트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그려보며 우리의 서비스에 가치가 있고, 사업성이 있는지를 검증하곤 했습니다. 이 과정은 매우 고단했고 힘들었습니다. 팀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형상으로 끌어내리는 작업은 쓰린 현실이 주는 묵직한 팩트폭력이였습니다.

한편 제가 할 수 있는 역량과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희미해졌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또 기획 과정 자체가 저와 잘 맞지 않았습니다. 인증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기획은 묘한 부담감으로 작용했습니다. 점점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팀 내의 관계에도 가져와 대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디어에서 더 나아가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1번의 힘든 시기에 팀 / 팀원 / 프로젝트에 대입해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줄 수 있는 인간인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고민은 스스로를 더 우울하게 만들기 쉬웠습니다.

이에 대한 현명한 답은 팀원이 알려줬습니다. 바로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팀은 단순히 무언가를 주고받는 관계로 맺어지는 게 아니였습니다. 우린 서로를 이해해야 했고 이미 하나의 팀이 된 상태에서 서로에게 기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기획 심사를 준비하면서 모두 열심히 준비했고 노력했음을, 그 과정에서 이미 서로가 서로를 돕고 있었음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아이디어를 내고, 누군가는 자료를 모아 준비하고, 누군가는 모아진 자료 속에서 인사이트를 찾으면서 서로는 긴밀하게 이미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3. 팀이 하나의 인간이라면, 나는 무엇을 담당하는 사람인가

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어쩌면 기계, 전기를 보내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입장에서 저의 흥미라는 관점으로 새로운 영역을 탐색했습니다. 여기에는 내가 과연 즐겁게 여길만한 게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찾으려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본능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개발이 즐거워서 선택했지만 소마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아이디어 기획, 개발이 마냥 즐겁기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디어 기획서를 작성하는 일은 팀원 모두를 피로하게 만들었고 개발 지식을 배우기도 벅찬데 아이디어를 방어하기 위한 자료를 찾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즐겁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했던 목표가 상처를 받아 찢겨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때 팀원과 목표에 대해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나는 여기에서 뭘 하고 있는 사람이지? 팀에서 무엇을 담당하지? 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불안해지기도 하고 목표가 희미해져 갈 때 나름의 답을 팀원의 도움을 받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즐겁게 진행하여 앱을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에서 일적인 측면을 뺄 수 없고, 해야 하는 당위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또한 프로젝트의 자체로 완성도 중요합니다. 이 질문을 팀원과 프로젝트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물어봄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팀을 하나의 인간으로 간주할 때 사람에게 자아, 초자아, 원초아가 있듯이, 프로젝트를 대하는 자세의 원초적인 것과 당위적인 것과 그 사이에서 판단해나가는 가상의 자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점에서 팀이라는 인간의 원초아를 담당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4. 재미가 없는 상태에 대한 해석

대학교에서 코딩에 흥미를 느껴 스스로 학습할 때 너무 재밌어서 뒷자리에서 수업 동안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를 켜고 딴짓을 했던 게 기억에 납니다. 당시에는 어떤 곳이든 어떤 분야든 코딩만 하면 재밌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제가 진행한 일은 코딩으로 귀결되지 않았습니다.

기획을 진행하고 기획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찾고 사용할 기술을 고르고 개발을 진행하고 개발 문서를 만들고 클라우드 인프라를 만들고 회의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굉장히 다양한 작업을 병행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가며 달마다 주로 했던 작업이 바뀌었습니다. 봄에는 기획, 여름에는 개발, 가을에는 배포 및 자동화, 발표 및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재밌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과정이 그렇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과정에서 재미만을 추구할 수 없었습니다. 일이 반드시 재미를 수반하여 가져오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작업은 흥미에 맞지 않을 수 있고 어떤 작업은 더 몰두하고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프로젝트를 하면서 재미만을 추구할 수 없고 당위적인 것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재미가 없다는 것을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경험한다는 점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재미는 시간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재미없던 것도 중간의 과정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고 재밌던 일도 예전만큼 그 빛을 내지 못하고 잃어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모든 게 항상 일정함을 유지할 수 없고 바뀌는 이치에 따라 프로젝트의 중간중간에 존재하는 목표치와 그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과 느껴지는 감정도 변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5. 처음으로 일하고 싶은 조직을 만나면서

여태까지 공모전도 나가고 팀플을 준비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협업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일하고 싶은 조직을 만난 건 소마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몰입이 되고 누가 그렇게 시켜서 무언가를 하라고 하지 않더라도 능동적으로 움직여 원하는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팀을 만났다는 게 올해 얼마나 저에게 있어서 큰 행운인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도 열심히 하라고 얘기하지 않았지만 팀원 모두 올해를 다시 살아보라고 하면 다시는 돌아가진 않을 정도로 열심히 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움직이고 살아있는 조직에서 프로젝트를 완성한 경험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앞으로 만날 조직도 이렇게 능동적이고 살아있는 조직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팀을 넘어, 다른 특강, 다른 멘토링에서 만난 멘토 분들, 연수생분들 모두에게서도 이런 점을 느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이런 분들과 이런 과정을 겪은 게 마지막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양한 분을 만나며 다양한 생각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음... 그런 소마가 끝났습니다. 이게 도대체 기쁜 건지 슬픈 건지 수능을 좀 전에 끝낸 고3 시절의 느낌이 납니다. 이제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하고, 이 앞이 설레는 것인지 두려운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변치 않는 것은 이 과정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그 어느 곳에서도 하지 않았을 고민과 생각을 깊게 탐구해본 것 입니다. 기술적인 부분도 얻어간 것이 정말 많지만 많은 분들이 과연 기술적인 것만 얻어갔을까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철학이 생겼을 것이고 어쩌면 이런 점이 소마 과정 중에 제일 값진 것일 수 있겠다고 느낍니다.

여기서 배운 것을 단순히 소통, 감정, 정신으로만 서술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너무 복잡한 것을 배웠고 제가 이를 서술하기에는 글솜씨가 모자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배우고 느낀 것들에 대해 너무 감사하게 여깁니다. 같이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여러 고민에 같이 해답을 내놓게 도움을 준 팀원과 멘토님, 익스퍼트님, 같이 만난 여러 개발자 분과 다른 소마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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